“폐기해달라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 운영 마지막날이었던 13일,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용산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찰관에게 들은 말이다. 유류품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폐기요?”의아해 다시 물었다.
유족들 중에서는 간혹 유실품을 폐기해달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가족이 죽었다늘 생각 조차 하고 싶지 않아서다. 부상자들 중에서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 폐기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센터에서 경찰서 직원들이 앉아있는 곳 뒷편에 파란색 큰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박스 겉면에는 ‘폐기 요청’이라고 큰 글씨가 적힌 흰 종이가 붙어있었다. 박스 안에는 10점이 넘는 물품이 비닐팩에 쌓여져 있었다. 각각 비닐팩 안에는 가방, 구두, 운동화가 있었다.
박스를 보여주던 경찰관은 “그래도 당분간 폐기 안할거에요”라고 말했다. 폐기를 요청했는데 왜 갖고 있겠다는건지 물었다.
그는 한 유가족 사례를 들려줬다. “유품을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던 가족이 유실물 센터를 찾아왔어요. 자식이 병원에 이송 됐을 때 입고 있던 옷은 불태워버렸대요.” 이 부모가 유품을 불태워버린 이유 역시 자식이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서였다.
경찰관은 “그런데 그 부모님, 몇일 지나서는 자식 흔적 하나라도 찾고 싶어서 유류품센터에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 유족들은 자녀의 신발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사람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잖아요. 유족들이 폐기해달라고 했지만 당분간 갖고 있으려고요”라고 착찹한 표정으로 말했다.
경찰은 13일부로 이태원 참사 유류품센터 운영을 종료했다. 남은 유류품 950점은 용산경찰서로 옮겨질 예정이다. 유실물 검색은 로스트112(www.lost112.go.kr)에서 가능하며, 물품 확인과 반환 문의는 용산서 생활질서계(02-2198-0287)로 하면 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