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논란이 된 인기 쇼호스트 정윤정 씨의 욕설 홈쇼핑 방송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지 못했다. 사안이 엄중한 것은 맞지만,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을 놓고 방심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기때문이다.
방심위는 지난 1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씨가 방송을 조기 종료할 수 없다며 짜증을 내고 욕설까지 한 현대홈쇼핑 ‘캐롤프랑크 럭쳐링 크림’ 지난 1월28일 방송분에 대해 의결을 한차례 보류했다.
이날 방송에서 정 씨는 화장품 판매 방송 도중 상품이 모두 팔렸으나 방송을 조기 종료할 수 없다며 “××”이라는 욕설을 하고, 짜증을 냈다. 제작진이 정정을 요구했지만 정씨는 “방송부적절 언어 뭐 했죠? 까먹었어. 방송하다 보면 제가 가끔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해서 죄송하지만 예능처럼 봐주세요. 홈쇼핑도 예능시대가 오면 안 되나”라고 했다.
당초 방심위 광고심의소위원회는 경고와 관계자 징계를 함께 의결했지만,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정씨를 영구퇴출한 현대홈쇼핑의 사후조치, 과거 비슷한 제재 사례 등이 언급되면서 최종 의결 전 한번 더 관련 내용과 전례들을 짚어보기로 했다.
정민영 위원은 해당 방송분에 대해 “쇼호스트가 한 욕설은 시청자들을 정면으로 보고 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보는 사람들의 불쾌감이 컸던 것 같다”며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 위원은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의견을 냈다.
반면 김우석 위원은 “모든 규제는 형평이 필수인데 지나치면 맹목적 화풀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사안이 엄중한 것은 맞지만 욕설한 진행자는 방송사가 섭외한 쇼호스트가 아니라 협력사가 섭외했다”며 관계자 징계 없이 ‘경고’ 의견만 냈다.
김 위원은 또 “매주 방송사와 공식 계약을 맺은 진행자의 막말과 가짜뉴스를 심의해왔지만 행정지도를 해왔고 가뭄에 콩나듯 법정제재를 해왔는데, 쇼호스트가 대상도 없이 말한 욕설과 가짜뉴스 중 뭐가 더 중요하냐”면서 “가짜뉴스로 형이 확정된 분이 방통위원에 추천됐는데 이런 건 외면하고 개인 일탈에 과한 처벌을 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은 최민희 전 의원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최 전 의원이 2016년 총선 때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방통위원에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야권 인사인 최승호 전 MBC 사장 역시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최 전 의원을 방통위원에 추천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크다”며 “방통위는 정파를 초월해 독립적 역할을 할 위원들이 필요한데, 최 전 의원이 그런 역할에 적합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은 이러한 사안에 비춰 정씨의 욕설이 더 중한 제재가 내려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연주 위원장은 “관계자 징계와 경고 의견 내신 광고소위 위원님들의 제재 수위에 대해 맹목적 화풀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황성욱 위원은 2020년 5월 TBS FM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에서 영화감독 황병국 씨가 출연해 욕설했으나 방심위 4기에서 행정지도에 그쳤던 전례가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주의’ 의견을 냈다.
허연회 위원도 “공영방송에서 욕설하고 행정지도 의결이 됐는데, 홈쇼핑에서 욕한 후 관계자 징계와 경고가 나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물론 위원들은 정씨의 욕설 방송이 큰 비판 여론에 직면했던 만큼 엄중한 사안이고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지만, ‘양형’ 수준을 놓고 고민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9명의 위원들은 ‘과징금’ 1명, ‘관계자 징계 및 경고’ 5명, ‘경고’ 2명, ‘주의’ 1명의 의견을 냈다.
정 위원장은 “욕설도 문제지만 이후 대처가 매우 미흡했던 점이 있다. 여러 번 사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다 놓쳤다”며 “과거 사례를 좀 더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일단 의결을 보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