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홈피·호가창 만들어 투자자 유혹…수익률도 가짜로 꾸며
찾아가보니 실체 없는 ‘유령회사’…금감원 “절대 입금말고 경찰에 신고”
(서울=뉴스1) 공준호 강은성 기자 =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고 이차전지(2차전지), 초전도체 등 이른바 ‘핫한’ 테마주에 투자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를 미끼로 내세운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불법 리딩방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은 SNS와 교묘한 가짜 시스템까지 만들어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실정이다.
<뉴스1>은 이같은 불법 업체 가운데 한 ‘투자사기’를 직접 추적했다. 일반적으로 ‘급등주 정보’나 고급 투자정보를 주겠다며 ‘회원가입’을 유도한뒤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가입비를 요구하거나 무료 가입을 하더라도 주식 정보를 제공한 후 사기 일당이 통정거래 및 선행매매 등으로 시세차익을 가로채는 ‘불법 리딩방’과는 차원이 다른 사기였다.
이들은 매매체결창 및 잔고내역까지 표시되는 가짜 증권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매수대금을 입금하라고 유도했으며 입금이 늦어질 경우 변호사를 사칭해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하는 등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뉴스1>은 해당 사기행태를 금융당국과 경찰에 신고했으며, 금감원도 경찰에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22일 <뉴스1>은 제보를 통해 투자사기 일당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입수했다.
문자메시지에는 “포스코홀딩스(005490)를 VIP 및 일부 개인 고객에게 31만2000원에 블록딜 형태로 매각하려고 한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연락을 달라”는 문구와 함께 링크를 배포하고 있다. 현재 50만원 중후반선을 오가고 있는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시장가보다 40% 이상 싸게 매수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직접 링크에 접속해보니 회사 소속의 본부장이라고 주장하는 A씨와 연결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으로 초대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차액결제거래(CFD)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이며, 세금·대주주 공시 문제 등으로 피치못하게 주식을 싼 가격에 팔게 됐다고 설명했다.
A본부장은 명함에 ‘하나원증권’ 본사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기재해뒀는데, 명함에 있는 여의도 ‘본사 건물’로 직접 찾아가보니 해당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하나원증권’이라는 곳은 CFD 취급 자격이 없고, 증권사로 정식등록돼 있지도 않은 유령회사였다.
기자가 사실확인을 하고 있는 중에도 A본부장은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하나원증권’ 홈페이지 가입을 하게 했다. 모든 과정은 “회사 보유 수량이 곧 동이 난다. 빠르게 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홈페이지 가입을 하자 마치 증권사 매매결제 시스템과 유사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화면이 떴다. 원하는 수량을 말하자, 현재 55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포스코홀딩스 주식 100주가 일당이 주겠다고 한 ’31만2000원’이라는 단가에 입고됐다.
눈에 보이는 화면에는 포스코홀딩스 ‘평균단가’가 31만2000원이라고 떴고, 당장 현 주가와의 시세차익이 2390만원, 76.6%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표시됐다.
물론 이는 허위로 조작된 전산 화면상의 사기였다. 실제로 주식이 입고된 사실은 없었다. 하지만 하나원증권이라는 곳이 유령회사이고, 일반적인 주식거래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 초보투자자라면 현혹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주식을 입고했다고 주장한 일당은 그때부터 ‘대금’을 입금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A본부장은 “신청수량 만큼의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계정으로 넣어줬으니 1시간 내로 대금을 입금하라”며 농협 계좌를 알려줬다.
기자가 대금을 입금하지 않자, A본부장은 ‘사기죄로 고소 및 손해배상청구 들어가겠다’, ‘금융사를 상대로 사기치신거면 가정풍비박산 나실거다’는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어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자신이 변호사라고 주장하는 B씨가 나서 ‘저희팀 이 변호사가 (매수대금 미납부) 전문이다. (미납자에 대한) 자료전달만 해달라’고 하는 등 변호사를 사칭해 기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들 일당은 지난달 중순부터 블로그 등을 통해 하나원증권에 대한 거짓소개를 올리며 투자자를 현혹하기 위한 밑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뿐 아니라 중소 지역언론 2곳도 해당 업체의 보도자료를 내보내면서 하나원증권이 마치 실제 존재하는 증권사라고 오인하도록 해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관련 기사들은 삭제된 상태다.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입장했을때도 “하나원증권은 처음들어보는데 어떤 회사냐”는 질문을 하자 해당 언론사 기사를 링크해 보여주며 “믿을수 있는 전문회사”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사화를 노린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뉴스1>은 일당이 입금 계좌를 제시하자, 해당 계좌에 입금하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즉각 취재를 중단하고 금융감독원과 경찰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 관련 민원이 접수돼 현재 파악하고 있다”면서 “불법 리딩방 같은 투자사기뿐만 아니라 스미싱(문자사기), 피싱 등 여러 복합 사기가 결합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산운용검사국에서 보다 면밀히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투자자들은 신뢰할 수 없는 주체로부터 투자사기 유혹을 받더라도 절대로 입금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접수해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중”이라며 “해당 계좌는 불법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민형사상 소송하겠다는 사기범의 협박에 굴해 입금하는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