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원의 대규모 누적 적자로 경영 위기를 겪는 한국전력(한전)이 시중의 절반도 안 되는 낮은 금리로 직원들에게 주택자금 용도의 사내 대출을 200억원 넘게 해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권명호 의원(국민의힘)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의 주택자금 사내대출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상반기(1~6월) 252명의 직원에게 219억원의 주택자금을 대출해줬다.
한전의 올해 사내대출 금리는 2.50%로 시중금리(한국은행 기준) 5.21%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사내 기금을 활용해 직원들에게 사실상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대출을 받은 한전 직원 1명이 사내 기금으로 올해 누린 혜택 액수는 평균 1억1200만원이다.
한전은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만 200조원에 달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계속해서 추진 중이다. 한전이 2027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부담해야 할 이자는 24조원이다. 하루로 환산하만 이자만 약 130억원이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도 비슷한 상황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올 상반기 17명의 직원에게 시중금리보다 2.36%포인트 낮은 2.85%로 주택자금을 빌려줬다. 이들에게 빌려준 대출 총액은 22억7000만원이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역시 시중금리보다 2.57%p 낮은 2.64%로 올해 상반기 직원 30명에게 48억8600만원을 대출해줬다.
권 의원은 “한전 등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에너지 공기업은 자구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시중금리보다 싼 이자로 주택자금 대출을 빌려주는 등 과도한 혜택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공기업 32곳, 준정부기관 55곳, 기타 공공기관 260곳 등 총 347곳을 대상으로 징계 처분 결과를 조사한 결과 한전은 올해 상반기 63건으로 코레일(94건)에 이어 2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