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J 스치는” 이선희 노래할 때, 후크는 굿즈로 탈세했다

“J, 스치는 바람에 J, 그대 모습 보이면”

2016년 9월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 가수 이선희(58)는 히트곡 ‘J에게’를 부르며 전국 투어 콘서트 첫째 날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 시각 공연장 밖.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후크’) 직원들은 이선희 친필 사인CD와 액자를 분주히 옮겨 놓기 바빴다. 전날 이선희가 소속사 사무실에서 틈틈이 사인한 것들이었다. CD 한 장 가격은 2만5000원, 액자는 개당 4만원이었다. 이런 MD 상품은 소위 ‘굿즈’로도 불린다.

콘서트가 끝난 팬들은 굿즈 판매대 앞으로 몰렸다. “카드 되나요?” 팬들이 묻자, 후크 직원은 이렇게 답했다. “굿즈는 이벤트성 판매라서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현금 결제를 유도한 것이다.

이선희 콘서트 굿즈, 대부분 현금 결제
이선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두 번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열었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2월까지 23회 열린 ‘더 그레이트 콘서트’, 2018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23회 열린 ‘클라이맥스’다.

조선닷컴이 입수한 굿즈 판매 장부에 따르면, 46회 콘서트에서 판매한 굿즈 매출액은 1억1000만원이다. 이 중 현금 결제액은 9610만원인 데 비해 카드 결제액은 1390만원에 불과했다. 현금 결제 비율이 80%를 훌쩍 넘는다. 카드 결제가 없었던 때도 있었다. 2016년 10월7~8일 열린 전주 콘서트와 330만원어치 굿즈를, 같은 해 11월 5~6일 대전콘서트에선 510만원어치를 팔았는데 모두 현금 결제였다.

과도한 현금 매출 비중에 대해 공연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콘서트 수입에서 현금으로 잡히는 건 보통 무통장입금으로 예매한 표”라며 “굿즈 같은 MD상품은 대부분 카드 결제다. 요즘 아이돌 팬들은 소속사가 회계처리나 정산을 투명하게 하는 지도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소속사가 만약에 고의로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면 온·오프라인에서 난리났을 것”이라고 전했다.

굿즈 현금 매출, 부가세 신고 안 했다
조선닷컴 취재 결과, 후크는 굿즈 현금 매출액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콘서트 기간 후크의 부가세 신고서를 보면, 후크는 굿즈 카드 매출 1390만원과 현금영수증 처리된 약 800만원에 대해서만 부가세 신고를 했다. 나머지 굿즈 현금 매출액인 8810만원은 누락했다.

한 세무사는 “소속사가 주도적으로 굿즈 상품을 판매했다면 이 매출은 법인통장에 다 기록이 돼야한다”며 “다만 회사의 수익금을 법인 통장에 입금시키지 않고 외부 유출했다면, 이는 형법상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금 신고서에 안 잡힌 현금 매출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후크 직원들은 콘서트가 끝나면 현금 뭉치를 종이봉투에 담아 후크 A이사에게 전달했다. 이후 A이사가 최종적으로 권진영 대표에게 건넸다.

또 콘서트 현장에서 굿즈를 판매했었다는 후크 전 직원은 “카드 결제기를 최대한 내놓지 말라”며 현금 결제를 유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8년 콘서트가 한창 진행될 때는 권 대표가 소속사 직원들을 모아놓고 “현금을 많이 챙겨야 하는데 굿즈를 어떻게 팔지 생각해보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후크 “부가세 신고 누락 맞다…현금 유도는 사실 아냐”
후크 측은 콘서트 때 판매한 굿즈 현금 매출분에 대해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법인통장에 굿즈 판매액을 입금한 기록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했다. 다만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은 모두 ‘업무적’으로 지출했으며, 현금 결제를 일부러 유도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A이사는 “굿즈 판매액을 직원들에게 받아, 권 대표에게 전한 건 맞다”면서 “굿즈 매출이 수천만원으로 큰 액수가 아니어서 법인통장으로 관리하거나 세금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걸 중요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이 점은 죄송하다.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현금 결제가 카드 결제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점에 대해선 “콘서트가 끝나고 굿즈를 사려는 팬들이 몰리는데 카드 단말기가 하나여서 대기가 길어진다. 굿즈 판매 단가가 높지 않으니 현금으로 빨리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권 대표가 회의 때 현금을 챙기라고 지시한 적은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럴 일도 없다”고 했다.

A이사는 권 대표가 굿즈 판매액을 절대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이사는 “한 회 공연에서 굿즈 현금 매출액은 200만원안팎이다. 보통 이선희씨 콘서트에는 밴드 11명을 포함해 조명, 무대, 댄서팀 등 수십명의 스태프들이 함께 한다. 이 스태프들 회식 비용이나 금일봉을 줄 때 사용했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에게 매 회 지급했냐’는 질문엔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후크는 불투명한 정산 문제와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논란을 낳았다. 전 소속 가수 이승기와는 법적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해 이승기는 데뷔 후 18년 동안 137곡을 발표했으나 음원수익을 받지 못했다며 후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후크는 미지급 정산금 41억원을 이승기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이승기 측은 광고모델료 중 일부를 편취했다며 소속사 대표 등을 사기와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외에도 후크는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권 대표가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6년간 후크 법인카드를 자신의 쇼핑과 여행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기간 권 대표는 약 28억원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지인이나 자신의 모친에게도 후크 법인카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후크는 지난달 10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구체적인 압수수색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권 대표를 비롯한 일부 임원들의 횡령 혐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1/03/I5J7DGJWVBEEBAXJC3ZMISNOT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