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난민신청자에게 제공해 온 생계지원금을 카드포인트 방식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민사회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행정의 투명성과 계좌 개설이 불가능한 일부 신청자의 편의를 고려한 조치라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난민들의 기본적인 주거와 생활을 위협하는 차별적 조치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현금 결제 위주의 생활 환경… 포인트 방식의 허점

새롭게 도입되는 방식은 지원금을 전용 카드 포인트로 충전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정부는 금융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난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지원금 용도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난민 당사자들과 관련 지원 단체들은 실생활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강력히 비판합니다.

  • 월세 지불 불가: 난민신청자 지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임차료는 대부분 계좌이체나 현금으로 거래됩니다. 포인트 수령 시 주거비를 제때 내지 못해 거처를 잃을 위험이 급증합니다.
  • 필수 생활비 사용 제한: 대중교통 이용을 위한 선불 카드 충전이 불가능하며, 할랄 식재료 구매 등 특수 식생활에 필요한 소규모 전문 매장이나 전통시장에서는 포인트 사용이 어렵습니다.
  • 기본 복지 원칙과의 불균형: 국내의 주요 생계 지원 정책(기초생활보장, 긴급복지 지원 등)이 수급자의 자율적 소비를 보장하기 위해 현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난민에게만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절반 현금 지급 대안, 왜 미봉책인가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국은 “생계비의 50%는 현금, 나머지 50%는 카드포인트로 나누어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부 수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대안 역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지급되는 생계비 총액 자체가 1인 가구 기준 월 58만 원 안팎으로, 국내 최소 생계비 기준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입니다. 절반만 현금으로 받을 경우 약 29만 원 수준에 불과해 수도권 내 최소한의 주거비조차 충당하기 어렵습니다.

2%대에 그치는 수혜율… 드러난 구조적 한계

이번 카드포인트 논쟁의 배경에는 난민 지원 제도 자체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깔려 있습니다.

1. 저조한 신청률과 짧은 수령 기간 전체 난민 신청자 중 생계비를 신청하는 비중은 약 3% 수준에 그치며, 실제로 심사를 통과해 지원받는 인원은 전체의 2%대에 불과합니다. 법적으로 지정된 최대 지원 기간은 6개월이지만, 실제 평균 수령 기간은 3년 넘게 3.5개월에 그쳐 매년 편성된 예산의 상당 부분이 불용 처리되고 있습니다.

2. 까다로운 행정 절차와 정보 부재 제도 자체를 안내받지 못해 지원을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또한 외국인등록증 발급 지연과 시중은행의 계좌 개설 거부 등으로 행정적 수속에 수개월이 소요되면서, 법적으로 보장된 지원 기간이 허무하게 지나버리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실질적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제언

난민신청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신청 후 6개월 동안 공식적인 취업이 금지됩니다. 이 시기 정부의 생계지원은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생존을 결정짓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관리의 편의성이나 투명성 확보라는 명목으로 사용권을 제약하기보다는, 난민들이 실제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 현금 지급 원칙의 유지: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현금 지급 체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 계좌 개설 및 신청 절차 간소화: 특정 국가 출신으로 한정된 가접수 제도를 전체 난민신청자로 확대하여 행정 장벽을 과감히 낮춰야 합니다.
  • 초기 안내 강화 및 현실적 예산 운용: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불용 예산을 줄이고, 실제 필요한 기간 동안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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